이번에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근로자가 겪은 승진 누락이 과연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차별'인지를 두고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가 엇갈린 판단을 내린 사건을 소개합니다. 특히 이 사건은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 재량권의 범위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주어져야 하는 '불이익 없는 복직'의 경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업무 배치와 저조한 평가가 이어진 것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회사의 승진 거부 처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며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했습니다. 복잡한 사건 경위를 드라마처럼 풀어보겠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 9. 25. 선고)

제1막: 복직 후 바뀐 자리, 그리고 낮아진 평가 점수
인물 소개
원고 A 주식회사 (회사): 제조 및 시험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참가인 B (근로자): 2006년 입사하여 과장 직급까지 승진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사용했습니다.
육아휴직 후의 변화
참가인은 20**년 마지막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습니다. 휴직 전에는 C 부서의 E/F 파트 파트장(시험책임자)으로 근무했으나, 복직 후 회사는 조직 재편을 이유로 참가인을 D의 G 파트로 발령했습니다.
문제는 이 발령이었습니다. 파트장에서 시험원으로 보직 변경: 기존 파트장 보직 대신 일반 시험원으로 보임되었습니다. 3개월가량 기존 업무를 부여받은 후, 주로 담당했던 F 업무가 아닌 생소한 G와 E 업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승진 누락의 시작
업무가 생소해짐에 따라 참가인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과거보다 저조한 인사평가 점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승진 기준점수는 이미 충족했으나, 소속 임원은 2021년, 2022년, 2023년 3차례에 걸쳐 참가인을 차장 승진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참가인은 "이는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리한 처우이자 성별에 의한 차별"이라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제2막: 중노위, "연이은 불리한 처우는 차별이다" (일시적인 승리)
지방노동위원회는 차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참가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중노위는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남성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참가인이 육아휴직 후 업무 배치, 평가, 승진에서 연이어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노위는 이 승진 추천 탈락을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차별이자 성별에 의한 간접차별로 보고, 회사에 ① 참가인에게 2023년도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② 승진 대상이 될 경우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회사는 이 중노위의 재심 판정에 불복하여 행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3막: 법원의 판단 "인사권의 합리성을 인정한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며, 회사의 승진 추천 탈락 조치가 합리적인 이유를 갖춘 정당한 인사 조치라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법원이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한 데는 두 가지 핵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 승진 추천 탈락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 (직접 차별 부정)
법원은 참가인이 받은 저조한 인사평가가 육아휴직 때문이 아닌, 업무능력 및 조직 상황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저조한 평가 점수: 참가인의 3년간 승진고과 점수 평균은 2.666점으로, 승진한 직원 평균 3.677점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정당한 업무 재배치: 참가인이 속해 있던 E/F 파트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조직 재편이 불가피했으며, 회사는 인력 감원 및 조직 재편에 따라 해당 파트를 폐지했습니다.
불이익 최소화 노력: 회사는 참가인을 기존 업무로 복귀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F 업무 담당 기간이 더 긴 다른 직원(H, I)을 F 업무에 유지하고, 참가인에게는 같은 본부(D) 내의 다른 업무를 부여했습니다. 또한, 복직 후 3개월간 기존 업무 적응 기간을 부여하고,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하향하지 않았습니다.
기회의 부여: 회사는 참가인이 복직 후 업무가 미숙했음에도 2020년 평가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고 3년간 적응 기회를 주었으나, 참가인이 업무 처리의 숙련도를 높이지 못했으므로, 상위 직급 승진 추천을 하지 않은 것은 광범위한 인사 재량권 범위 내의 정당한 결과입니다.
2. 육아휴직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없다 (간접 차별 부정)
법원은 회사의 승진 제도가 육아휴직 사용 여부에 따라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했다는 점(간접 차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규정 자체의 중립성: 승진 규정상 육아휴직 사용을 불리한 조건으로 삼는 명시적 규정은 없었습니다.
통계적 분석 결과: 전체 직급을 대상으로 했을 때, 육아휴직 사용자와 미사용자의 승진 비율 차이는 5분의 4 규칙(EEOC에서 제시하는 간접 차별 추정 기준)을 초과하여 불평등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단, 과장 직급에 한정된 통계는 표본이 작아 판단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에필로그: 정당한 인사권과 육아휴직 보호의 경계
이 판결은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 대한 보호 의무(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가 회사의 합리적인 인사권과 경영상의 판단까지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평가되려면 ① 육아휴직 사용과 불리한 처우 사이의 인과관계, ② 동일 비교대상 근로자, ③ 객관적 기준의 부재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임주환 변호사가 들려주는 이번 판결의 시사점!
복직 시의 업무 재배치: 육아휴직으로 인한 조직 재편, 적자 발생 등 불가피한 경영 환경 변화가 발생했고, 회사가 근로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면 (임금 유지, 적응 기간 부여 등)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승진 기준의 합리성: 육아휴직자는 복직 후 승진 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더라도, 그 저조한 평가가 육아휴직 자체가 아닌 복직 후의 실제 직무수행 역량에 따른 것이고,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었다면 차별로 보기 어렵습니다.
간접 차별 증명의 어려움: 통계 자료만으로는 간접 차별을 쉽게 인정할 수 없으며, 통계가 통계적 편차가 큰 경우(작은 표본)에는 차별적 처우의 존재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시켜줍니다.
육아휴직 사용은 정당한 권리이지만, 이는 근로자를 객관적인 인사 평가 및 정당한 경영 판단을 무조건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방패'는 될 수 없습니다. 회사는 불이익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근로자는 복직 후 업무 역량을 신속히 회복해야 함을 시사하는 판결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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