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룰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2023. 8. 24. 선고 2021구합85624 판결입니다. 시(市)가 위탁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던 보육교사가, 원장의 일방적인 계약 기간 만료 통보에 맞서 정당한 갱신기대권을 주장한 결과, 부당해고가 인정된 사건입니다. 이 판결은 민간위탁 사업장의 근로자가 비록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해당 업무의 공공성과 지속성이 인정될 경우 갱신기대권이 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1막: 공공의 돌봄일터, 기간제의 그림자
이야기는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시립 어린이집(이하 '이 사건 어린이집')에서 시작됩니다. 이 어린이집은 평택시가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공공 시설이었고, 원장 A가 수탁자로서 운영을 맡고 있었습니다.
보육교사 B와 C(참가인들)는 원장 A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입사했습니다. 비록 계약서에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시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업무는 당연히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평택시의 위탁 조건 및 보육사업안내 지침에는 "보육교직원 채용 시 가능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체결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참가인들은 이미 한 차례 계약을 갱신했으며, 다른 동료 교직원들 역시 계속해서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참가인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자신들의 근로계약도 당연히 갱신될 것이라고 정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월, 원장 A는 돌연 참가인들에게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갱신 거절 통보를 전했습니다.
2막: 법정 공방, 기간제 근로계약 '실질'을 다투다
원장 측 주장: "기간 만료는 적법하고, 비위 행위가 있었다!"
원장 A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기간이 종료된 것이므로 당연 퇴직이며, 설령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참가인들에게 중대한 비위 행위가 있었기에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장이 내세운 비위 행위는 코로나19 중 마스크 미착용, 동료 교사들과의 불화, 그리고 원아 관리 소홀 및 상해 사고 유발 등 아동학대 소지가 있는 행위였습니다.
교사 측 반격: "공공의 신뢰가 계약 형식을 이긴다!"
참가인들 측은 원장의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와 같다고 맞섰습니다. 그들은 이 사건 어린이집이 공공 위탁 사업이며, 시의 운영 지침상 무기계약직이 원칙이라는 점을 들어, 형식적인 기간제 계약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이미 형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원장의 갱신 거절이 자신들이 원장의 부당 처우를 노동청 등에 제보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으며, 원장이 주장하는 비위 행위는 갱신 거절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반격했습니다.
3막: 법원 판결, 갱신기대권 인정 기준 제시
법원은 먼저 기간제 근로계약서의 형식을 넘어서, 참가인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다음 세 가지 핵심 기준에 비추어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었다고 명확하게 결론 내렸습니다.
1. 법원이 인정한 갱신기대권의 3가지 핵심 기준
첫째, 업무의 실질적 성격입니다. 보육교사의 업무는 인력의 교체가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기간을 정할 필요 없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둘째, 공공기관의 운영 지침 및 공공성입니다. 이 사건 어린이집은 시립 어린이집으로, 위탁 기관인 시의 지침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갱신기대권 형성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는 기간제 근로계약서가 존재하더라도, 공공 위탁의 특수성상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신뢰가 부여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셋째, 고용 관행 및 근로자의 정당한 기대입니다. 참가인들이 이미 한 차례 계약이 갱신된 전례가 있으며, 대부분의 다른 교직원들 역시 장기간 고용을 유지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근로자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인정했습니다.
2. 갱신 거절 사유에 대한 엄격한 심사
법원은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 따라, 원장이 주장한 비위 행위가 갱신 거절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되는지 엄격하게 심사했습니다.
법원은 원아가 다친 사고나 마스크 미착용 등의 행위는 객관적인 증거(CCTV)의 부재, 피해의 경미함, 그리고 원장 측이 정식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갱신을 거절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갱신 거절 통보가 참가인들의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이후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며, 원장의 행위가 부당한 보복성 성격을 띨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장의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최종 결론 내리고, 원고(원장)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임주환 변호사의 민간위탁 근로자를 위한 조언
이 판결은 민간위탁 근로자들이 고용 안정을 주장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강력한 무기입니다. 기간제 계약서의 문언보다 업무의 실질과 공공성이 우선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기 때문입니다. 민간위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라면, 부당한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을 때 다음 세 가지 방어 논리를 통해 정당한 갱신기대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공공성 확인: 해당 업무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위탁을 받아 수행하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임을 입증하십시오.
지침 활용: 위탁 기관(시, 군, 구 등)의 위탁 운영 지침 또는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무기계약직 채용 원칙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강력한 증거로 활용하십시오.
갱신 거절 사유 반박: 사용자가 주장하는 갱신 거절 사유가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와 징계 절차의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 부당성을 입증하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기간제 근로계약인데, '갱신기대권'이 무엇이며 왜 인정되나요?
A. 갱신기대권(契約更新期待權)은 형식적으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해당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기대가 근로자에게 형성된 경우에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인정되면, 사용자는 단순히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없으며, 해고에 준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처럼 공공 위탁 사업의 경우, 업무의 상시성과 공공기관의 지침 때문에 이러한 정당한 기대가 쉽게 형성됩니다.
Q2. 민간위탁 어린이집에서 갱신기대권을 인정받기 위한 핵심 기준은 무엇인가요?
A. 법원은 형식적인 근로계약서보다 근로의 실질에 집중하며, 본 판례에서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세 가지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업무의 지속성: 해당 보육 업무가 일시적이 아닌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여야 합니다.
② 공공기관의 지침: 위탁 기관(시, 군, 구 등)의 운영 지침이나 안내서에 '무기계약직 채용 원칙' 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권고하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③ 고용 관행: 해당 사업장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실제 계약 갱신이 반복되었거나 장기간 고용을 유지하는 관행이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종합적으로 인정될 때,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합니다.
Q3. 만약 민간위탁 사업의 수탁자(운영 주체)가 변경되면, 고용승계도 자동으로 인정되나요?
A. 이 사건 판례는 수탁자 변경이 직접적인 쟁점은 아니었으나, 민간위탁 사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고용승계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해당 사업이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위탁 사업이고,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공적인 역할과 연속성을 가진다면, 변경된 수탁자에게 전 수탁자의 근로계약상 지위가 승계되거나, 적어도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이 경우, 새로운 수탁자가 고용을 거부하는 것 역시 부당해고로 다퉈볼 수 있습니다.
Q4. 민간위탁 사업장 근로자로서 갱신 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다투기 위해 즉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위탁 기관 지침 확인: 지방자치단체(시청, 구청 등)에 문의하여 해당 사업의 위탁 운영 지침 또는 관련 업무 매뉴얼에 무기계약직 채용 원칙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고용 관행 입증 자료 확보: 다른 동료들의 고용 기간, 계약 갱신 횟수, 업무의 지속성 등을 입증할 자료를 모읍니다.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 갱신 거절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3개월의 기간을 놓치면 법적으로 구제받기 어려워집니다.
변호사 직접상담
전화: 010 2752 0719
메일: eyelid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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