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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스토리판례

[승소사례] 수사기관 불송치 결정했어도 자료유출 직원 해고는 정당

변호사만큼 알게되는 스토리 판례 2026. 3. 25. 17:05

"경영진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회계자료를 유출했다." "수사기관은 해고 사유였던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를 인정되지 않았다." 자료유출 직원을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에서 무혐의가 나버린 상황, 그 직원을 해고한 회사의 대응은 과연 정당할까요? 직원 A의 행동이 일부 형사적 책임에서 벗어났거나 법적으로 징계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A에 대한 해고는 최종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재단법인을 대리하여 승소한 서울행정법원 판결(2025. 10. 31. 선고)을 바탕으로, 노동법상 '신뢰관계 파괴'가 얼마나 강력한 해고 사유가 되는지 흥미진진하게 파헤쳐봅니다.

 

 

1막: 무늬만 내부고발자인데... 불송치결정의 딜레마

 

사건의 발단: 고위 임원의 은밀한 자료 반출

 

원고 A는 재단법인 B에서 전무로 근무하며 재정, 회계 업무를 포함한 사업 실무를 총괄하던 직원이었습니다. A는 재단의 최근 경영방침에 반발하며, 재단에 비리가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기로 결심합니다. 근거자료를 만든답시고, 상급자의 지시도 무시한 채, 몰래 세무대리를 하는 회계사무소의 자료를 입수해 가공하고, 이걸 자기의 뜻에 찬동하는 외부세력에 전달합니다. 이 자료는 소위 대책위원회라는 사람들에 의해 진행된 기자회견과 관련된 언론 보도의 근거로 사용되며 재단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재단은 결국 A를 해고했습니다.

 

법정의 딜레마: 수사기관 '불송치결정'은 면죄부?

 

상대측 변호인의 방어 논리: "공익과 무죄의 방패"

 

상대측 변호인단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이 사건 해고를 보복성 부당해고로 규정하며 공격했습니다.

 

'공익적 내부 고발': "원고 A는 재단의 사유화에 맞서 재정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행동한 것으로, 이는 공익적 목적의 정당행위다."

 

'수사기관의 면죄부': "회사가 A를 고소한 혐의 대부분(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에 대해 수사기관이 이미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형사적으로 죄가 없는 행위를 해고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

 

우리쪽 반격: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힘들 정도의 배신행위"

 

저희 법무법인은 형사적 처벌 여부와 별개로, 고위 임직원이 회사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을 다루는 과정의 '배신성'에 초점을 맞추어 반박했습니다.

 

신뢰 파괴의 본질: "고위 임원인 A가 상급자의 지시를 명확히 무시하고 몰래, 은밀하게 회계 기밀 자료를 무단 반출한 행위는 단순히 '자료 유출'이 아닌, 직원으로서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와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공익성'의 허구성: "A가 제기한 재정비리 의혹은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으로 정정 보도가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A의 행동은 불분명한 의혹을 외부로 확산시켜 회사에 막대한 혼란과 피해만 초래했다."

 

책임의 가중: "A는 재정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무였기에, 그의 기밀 유출 행위과 음모론 유포는 일반 직원의 유출보다 더욱 중대한 징계 사유로 보아야 한다."

 

2막: 법원 판단 - 신뢰 파괴는 '정당한 해고 사유'

 

법원은 A에게 불리한 두 가지 징계 사유에 주목했습니다.

 

회계자료 무단 반출: 경영진의 승인 없이 재단의 핵심 기밀인 회계자료를 빼돌린 행위.

 

이사 등 개인정보 침해: 재단 이사들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행위 (이는 별도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약식명령을 받기도 함).

 

법원은 이 두 가지 인정된 징계 사유만으로도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신뢰관계의 회복 불가능한 파괴’를 해고의 결정적인 근거로 삼았습니다.

 

"원고는 참가인 재단의 사업 실무 전반을 담당하던 직원으로서 참가인 재단의 재정, 회계 관련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중요한 정보인 회계자료를 함부로 유출하고 외부에서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도록 하였는바, 이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판결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A가 주장한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음에 따라, A의 행위는 '공익적 목적의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A의 행동으로 인해 재단 경영진과 직원들이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겪었음이 인정되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기밀 정보를 고위 임원 스스로 무단으로 빼돌린 행위는, 비록 해고 사유 중 일부(명예훼손, 업무방해)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혐의없다는 판단을 내렸더라도, A의 무분별한 의혹제기 등이 고용관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수준의 배신 행위로 인정된 것입니다.

 

3막: 법정 드라마의 교훈 - 신뢰관계의 중요성

 

이 판결은 노동사건에서 중요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형사적 무죄 ≠ 노동법상 무죄: 고발한 경영진이 무혐의를 받고, 고발자도 명예훼손 등에서 책임이 없더라도, 직원으로서의 기본 의무인 기밀 유지 및 충실 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와의 신뢰를 훼손했다면 해고는 정당할 수 있습니다.

 

고위 직원의 책임 가중: 특히 회사의 핵심 정보를 다루는 고위 임직원의 기밀 유출 행위는 일반 직원보다 더 중대한 신뢰 파괴로 간주됩니다.

 

내부 고발의 한계: 내부 고발이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① 고발 목적의 공익성과 함께 ② 고발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해야 하며, ③ 비위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채 기밀을 무단 유출하여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면 '정당행위'의 방패는 무력해집니다.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관리하는 임직원이라면, 이 판결이 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복잡한 사건일수록, 노동법 전문 변호인의 치밀한 법리 구성이 승패를 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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