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노동청에서 '사실관계 확인 불가', 혹은 '위반 없음' 처분이 나왔다면 그걸로 끝인가요?“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겪고 용기를 내어 신고했지만, 행정기관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회사가 소극적 조사를 한 뒤, 그런 부실조사에 근거해 지방노동청에서 사업주의 조치의무 위반이 없다는 취지의 행정종결을 내버리는 경우도 많지요. 이럴 때 피해자는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을 받게 됩니다. 사실 근로감독관들은 임금체불 등 수많은 사건들에 파묻혀있기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소극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서울행정법원 판결(2025. 9. 19. 선고)은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피해자가 포기하지 않고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또 사업주와 지방노동청의 판단을 넘어, 행정심판을 하는 노동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성희롱 발생 사실을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법의 취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법정 공방: 근로감독관의 '확인할 수 없음' 판단을 깨뜨리다.
1막: 직장 내 성희롱 신고와 소득적이었던 '지방노동청'의 태도
사건은 2023년 6월, 제주도 임직원 체육대회 중 발생했습니다. 원고 A 씨는 동료 B 씨와 함께 직장 선배 E가 자신들과 B 씨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사건 발언)을 했다며 조합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좌절이 시작됩니다.
사업주 조사: 조합은 검사국에 보고했고, 검사국은 "객관적인 사실관계, 직장 내 지위 이용 및 업무관련성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회신했습니다.
지방노동청 결정: A 씨는 2023년 7월 13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조합의 조치의무 위반에 대해 진정했지만, 노동청 역시 2023년 8월 28일 이 사건 발언이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피진정인의 위반 없음'으로 행정 종결했습니다.
노동위원회 기각: A 씨는 조합이 피해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무를 위반했다며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했으나,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사업주의 조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2막: 법원 "노동위가 독자적인 조사 뒤 판단 나섰어야"
중앙노동위는 "사업주 또는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 결과 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경우를 전제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하급기관의 조사 결과가 '성희롱 아님'으로 나오면, 노동위는 판단을 멈춰야 한다는 태도였습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 시정명령 제도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중노위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핵심 판단
심판 대상의 범위: 법원은 근로자가 사업주의 조치의무 위반에 대해 시정을 신청한 경우, 노동위원회는 단순히 사업주 조사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조사를 소홀히 하여 성희롱 발생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해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까지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법의 취지: 만약 사업주의 조사 결과가 '성희롱 아님'인 경우에만 노동위의 시정명령이 가능하다면, 사업주는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피해 근로자를 신속하고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시정명령 제도의 도입 취지(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위의 권한: 법원은 노동위원회가 남녀고용평등법 제27조 및 관련 규칙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당사자와 증인을 심문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3막: 법원의 최종 결론: 성희롱 발생 사실을 인정하다!
법원은 자체적인 심리 결과, 지방노동청에서는 확인 불가했던 선배 E의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적인 언동의 존재: E는 원고 A 씨에게 B와의 업무상 출장 중 성관계 여부를 물었고, 불륜 관계, 신체적 문제(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 등을 언급하며 성적인 사실 관계를 추궁하거나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언동을 했습니다. E 본인도 발언의 주된 내용과 맥락이 일치하는 내용을 자필로 인정했습니다.
업무 관련성 인정: E의 발언이 업무상 출장으로 처리된 제주도 행사에 참석 중, 조합이 마련한 숙소에서 이루어졌고, 발언 내용이 업무상 출장 중의 성관계 추궁, 직장 내 불륜 관계 등인 점을 고려하여 이는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성적 언동으로서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E의 발언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중앙노동위원회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전제로 조치의무 위반 여부를 심리하여 시정명령 여부를 판정했어야 한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중 조치의무 위반에 관한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피해 근로자를 위한 행동 전략: '노동위 시정 신청'이 핵심
지방노동청에서 "위반 없음" 처분이 나왔다고 해서 구제 절차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시정 신청: 지방노동청의 진정 결과와 별개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사업주의 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시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독자적 심판 활용: 노동위원회는 사업주나 지방노동청의 조사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성희롱 발생 사실 여부를 심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행정소송: 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 판례처럼, 법원은 노동위가 성희롱 발생 여부를 잘못 판단했거나, 판단 자체를 회피한 경우 재심판정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 (FAQ)
Q1. 회사나 노동청에서 '성희롱 아님' 결정이 나면 모든 구제 절차는 끝인가요?
A: 아닙니다. 이 판례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업주나 지방노동청의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피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사업주의 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시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독자적으로 성희롱 발생 여부를 심리할 권한이 있습니다.
Q2. '업무 관련성'은 사무실에서 일어난 경우만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이 사건처럼 업무상 출장이나 회식, 체육대회 등 업무수행의 기회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성적 언동도 광범위하게 업무 관련성이 인정됩니다. 장소보다는 그 행위가 직장 내 관계와 관련하여 발생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Q3. 노동위원회에서마저 기각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역시 중노위 판정이 기각되었지만, 법원에서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Q4. 변호사의 도움은 언제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요?
A: 가장 초기 단계인 사업주 조사 또는 지방노동청 진정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 및 행정소송 단계에서는 법리적인 다툼이 심화되므로, 사건 초기부터의 사실관계 정리와 법적 주장을 위해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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