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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범죄 사건, 조용히 덮으려 한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

변호사만큼 알게되는 스토리 판례 2026. 3. 25. 17:09

직장 내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조용한 해결(Quick Fix)’입니다. 가해자를 공식적인 징계 절차 없이 신속하게 사직 처리하고, 사건을 ‘개인적인 일’로 덮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판례는 이러한 기업의 관행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6823 판결 및 그 하급심 판결들 재구성)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를 징계 없이 사직 처리한 대한항공에 대해, 대법원은 2024년 11월 14일, 사용자 책임과 피해자 보호 의무 위반을 모두 인정하며 기업의 책임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금전적 배상을 넘어, 직장 내 성폭력 사건 처리의 ‘절차적 정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로 평가됩니다.

 

1. 사건의 전말: ‘업무 지시’를 가장한 악몽

이 사건은 2017년 7월, 인천국제공항 출입국팀에서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A씨는 보안사고 경위서를 작성했고, 상사인 팀장 C씨는 이를 검토하며 수정을 지시했습니다.

 

문제는 그날 저녁, 휴가 중이었던 팀장 C씨가 A씨에게 “양평 집으로 와서 사고 이야기를 하자”고 연락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A씨는 팀장의 업무 지시로 인식하고 양평으로 향했지만, C씨는 술을 마신 채 신체 접촉을 시도하며 강간을 미수했습니다. 비록 범행은 미수에 그쳤으나, 이는 명백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었습니다.

 

징계 회피로 평가될 수 있는 회사의 '조용한 해결' 시도

2. 회사의 대응: ‘무징계 사직’과 2차 피해 주장

 

피해자 A씨의 진정서 제출 후, 회사는 피해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담당자는 A씨에게 “공식 징계는 소문이 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고, 가해자 C씨에게 ‘개인사정 – 기타’ 사유의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종용했습니다. 결국 C씨는 공식 징계 절차 없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를 진정한 보호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측은 "징계 없이 사직으로 마무리된 처리 과정 자체가 2차 피해"라고 강력히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용히 해결’하려던 회사의 방식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절차적 불공정으로 인한 더 큰 상처를 남긴 것입니다.

 

3. 법원의 두 가지 핵심 판단

 

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한항공의 책임을 인정하며 두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해 단호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① '업무 연관성' 인정: 외형상 사무집행과 관련이 있다 (민법상 사용자 책임)

 

피고(대한항공)는 가해자가 휴가 중이었고, 사건이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단 근거: 가해자 C는 휴가 중에도 팀장 직책을 유지하며 경위서 검토 및 수정 지시 등 실질적인 업무를 계속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자택으로 간 것 역시 업무 관련 보고라는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법원의 결론: 가해 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팀장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로 평가되므로, 회사(사용자)는 민법 제756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공동 위자료 5,000만 원 인정)

 

② ‘무징계 사직’은 피해자 보호 의무 위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법원은 가해자의 사직 처리 방식 자체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판단 근거: 회사는 피해자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비밀보장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징계 없는 사직을 사실상 권유했습니다.

 

법원의 결론: 이는 회사가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그 자체로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의 단호한 판단: '업무 연관성'과 '절차적 위법성' 인정

 

4. 대법원의 최종 결론: 조용한 해결에 대한 법적 제재 확정

 

2024년 11월 14일,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피고(대한항공)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성범죄 가해자를 징계 없이 ‘조용히 사직 처리’한 기업에게도 사용자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는 법적 원칙이 확고히 확립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기업들에게 다음의 두 가지 명제를 분명히 합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 가해 행위가 업무와 관련된 외형을 이용했다면, 회사 밖에서 발생했더라도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절차는 정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도 공정하고 투명한 징계 절차를 생략하거나 가해자의 사직을 종용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 의무 위반이자 또 다른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 (FAQ)

 

Q: 가해자가 '휴가 중'이었거나 '회사 밖'에서 발생한 사건도 회사의 책임이 되나요?

A: 네,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가해 행위가 **'외형상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로 보이면 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휴가 중이었지만, 팀장 직책을 유지하며 피해자에게 업무(경위서 검토)와 관련된 지시를 내렸습니다. 피해자가 그 지시를 업무로 인식하고 응했기 때문에, 장소나 가해자의 휴가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과정의 연장선으로 보아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Q: 피해자가 징계 대신 '사직 처리'를 원한 경우에도 회사가 책임을 지나요?

 

A: 네, 회사는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회사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직을 유도하거나 강권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회사는 피해자에게 비밀 보장 조치 등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충분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공식 징계는 소문이 날 수 있다'는 식으로 불이익을 암시하며 사직 처리를 유도한 것은 절차적 정의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Q: 이 판례가 앞으로 직장 내 성범죄 사건 처리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영향은 '기업의 은폐 시도'에 대한 경고입니다. 기업은 가해자를 조용히 사직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오히려 피해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인한 별도의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퇴사했더라도, 회사가 사건을 불공정하게 처리했거나 업무 연관성을 이용했다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조용한 해결"로 덮으려 했던 회사의 대응이 2차 피해를 낳습니다.

우리 회사의 성범죄 처리 절차가 이 판례의 위반 사항에 해당하는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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