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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당" 댓글은 왜 무죄였나 …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의 법적 한계

변호사만큼 알게되는 스토리 판례 2026. 3. 23. 11:18

비극적인 참사 현장에서 한 타인의 봉사와 헌신을 비하하는 행위는 분명 우리 사회의 상식과 도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비상식적인 행동’이 곧바로 ‘형법상 범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벌권은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기에,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이 정한 엄격한 구성요건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사건은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던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발생한 모욕 사건입니다. 자극적인 비하 표현인 ‘한무당’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의 치열한 법정 공방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5고단2300 판결)

 

 

1. 비극 속의 독설

 

2025년 1월,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른바 ‘E 참사’가 발생한 직후였고, 수많은 의료진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중에는 사단법인 D 소속의 한의사들도 있었습니다.

 

사건은 이들의 봉사 활동을 다룬 뉴스 기사에 달린 짧은 댓글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 A씨는 자신의 아이디를 사용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

 

“제발 우리나라에서 무속← 이것좀 빼자 이번기회에... 무당, 한무당 모두”

 

참사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던 한의사들에게 이 한마디는 비수가 되어 꽂혔습니다. 결국 사단법인 D와 현장 의사 G씨는 A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하며 법적 응징을 예고했습니다.

 

2. 법정의 쟁점: “모두를 향한 비난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법정에 선 검찰과 변호인은 ‘피해자의 특정’과 ‘모욕의 정도’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검찰의 추궁: “피고인은 ‘한무당’이라는 멸칭을 사용해 봉사에 참여한 한의사들의 사회적 평가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렸다. 이는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한 명백한 모욕이다.”

 

변호인의 항변: “해당 표현이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나, 대한민국 한의사 전체를 통칭한 것에 불과하다. 수만 명에 달하는 거대 집단 중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없으며, 비난의 강도는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 희석되었다.”

 

3. 법원의 판결: "집단의 규모가 크면 비난은 희석된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비하 표현임은 인정한다: ‘한무당’이라는 단어는 한의사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이들에게 모멸감을 안길 수 있는 모욕적 표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집단이 너무 크다: 사단법인 D의 회원은 약 2만 5,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거대한 집단 전체를 일반화하여 지칭할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한무당 모두’라는 표현은 특정 개인(G씨 등)의 사회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의 예외적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상대방이 명백한 비하 단어(멸칭)를 썼는데도 왜 무죄가 선고된 것인가요?

 

A1.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기분 나쁜 표현을 사용한 것을 넘어, 그 비난의 대상이 '특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한무당'이라는 표현이 한의사를 비하하고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단어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특정 개인을 지목하지 않고 '한의사 전체'를 통칭하여 사용했기에,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개별 구성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Q2. 그렇다면 단체나 집단을 비난하는 글은 절대 처벌할 수 없는 건가요?

 

A2. 아닙니다. '예외적'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법리는 집단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당시의 정황으로 보아 집단 내의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할 때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사단법인 D'는 회원 수가 약 2만 5,000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었기에, '한무당 모두'라는 표현만으로는 구성원 개개인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Q3. 특정 한의사(G씨)가 직접 고소에 참여했는데도 왜 그 사람에 대한 모욕은 인정되지 않았나요?

 

A3. 피고인이 작성한 댓글의 맥락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특정인 G씨를 겨냥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뉴스 기사 하단에서 한의사라는 직역 전체를 비하하는 '대댓글'을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댓글이 한의사 일반을 통칭하는 표현일 뿐, 고소인 G씨 개인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하기 힘들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집단 전체에 대한 모욕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 구성원 중 한 명인 G씨 개인에 대한 모욕도 성립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임주환 변호사의 시선]

 

이번 판결은 우리 법원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피고인의 댓글은 비상식적이고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형벌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기에는 법적 요건이 부족했다는 취지입니다.

 

모욕죄는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른 정확한 판례 분석과 법리 적용이 승패를 가릅니다. 억울한 상황에 처해 계신다면,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법리적 실익을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전화: 010 2752 0719

메일: eyelid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