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만큼 알게되는 스토리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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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밟으려면 통행료 내" vs "20년 무상도로, 갑자기 유료라고?"

변호사만큼 알게되는 스토리 판례 2026. 3. 19. 13:42

흔히 "남의 땅을 지나지 않고는 내 집에 갈 수 없는 '맹지'라면, 당연히 땅 주인에게 통행료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합니다. 평화로운 남원의 한 원룸촌에서 벌어진 '통행료 전쟁', 그 결말을 소개합니다.(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5. 12. 19. 선고 2024가소21575 판결)

 

1. 사건의 발단: "어제 낙찰받았는데, 오늘 통행료 청구서가?"

 

전북 남원시의 한 원룸촌. 원고 A씨는 이곳에서 여러 채의 원룸 건물을 운영하며, 건물들 사이를 잇는 통행로인 '이 사건 토지(도로)'까지 소유한 이른바 '골목의 주인'이었습니다.

 

사건은 2024년 7월, 피고 B씨가 임의경매를 통해 이 골목 안쪽에 위치한 맹지 상태의 3층 원룸 건물을 낙찰받으면서 시작됩니다. 경매 낙찰자 B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마자, 골목 땅 주인 A씨는 기다렸다는 듯 소송을 제기합니다.

 

골목 땅 주인 A씨의 주장: "당신 건물은 내 땅을 통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맹지다. 민법 제219조 주위토지통행권에 따라, 내 땅을 밟는 대가로 과거 통행료와 앞으로 매달 사용료를 내라!".

 

2. 법정공방: "독점적 권리의 포기"라는 반전

 

재판의 핵심은 "토지 소유자가 그 땅을 마음대로 쓰고 수익을 얻을 권리(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를 스스로 포기했는가"였습니다. 법정에서 드러난 과거의 기록들은 골목 땅 주인 A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의 약속: 알고 보니 이 도로는 1996년경, 전 소유자들이 원룸 건물을 짓기 위해 관할청으로부터 '사도개설허가'를 받아 만든 길이었습니다.

 

허가 조건: 당시 남원시장은 사도를 허가하면서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고, 전 소유자들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20년의 관행: 이후 약 20년 동안 이 길은 인근 주민 누구라도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공용 도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3. 판결: "알고 샀다면 감수해야 합니다“

 

골목 땅 주인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전 주인이 무상으로 빌려준 거지, 내가 산 뒤에도 무상이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논리였죠.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 요지:

 

1. 이 사건 토지는 이미 20년 전부터 일반 공중의 무상 통행로로 제공되어 소유자의 '배타적 사용권'이 포기된 상태였다.

 

2. 원고 A씨는 이 토지를 사기 전부터 이미 인근 건물의 소유자로서 이 길이 무상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3. 따라서 이런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고 땅을 산 원고는 이제 와서 새롭게 통행료를 청구할 수 없다.

 

결국 법원은 원고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까지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 (FAQ)]

 

Q1. 주위토지통행권은 항상 유료 아닌가요?

 

원칙적으로는 통행권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해야 하지만, 이 사건처럼 소유자가 이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여 일반 공중의 통행로로 제공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무상 통행이 인정됩니다.

 

Q2. 사도(개인 도로)를 산 사람이 통행을 막으면 어떻게 되나요?

 

사도법에 따라 개설된 도로라면 소유자라 할지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통행을 제한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지자체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거나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Q3. 이 판결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경매나 매매로 도로 부지를 취득할 때, 수익성을 기대하기 전 '사용수익권 제한'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20년 이상 무상 통행로로 이용된 사실은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 부동산 임변의 한마디: "맹지 통행, 무조건 유료는 아닙니다“

 

이번 판결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 법리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도로로 사용되는 토지를 매수할 때는 해당 토지가 과거에 어떤 조건으로 개설되었는지, 인근 주민들이 오랫동안 무상으로 사용해왔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소유자가 스스로 공용 도로로 제공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아무리 내 땅이라도 통행료를 받을 수 없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분쟁은 이처럼 '현재의 등기'보다 '과거의 사실관계'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화: 010 275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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