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원 운영자와 수강생 사이에 벌어진 흥미로운 손해배상 소송을 드라마처럼 재구성해 보려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한 줄의 후기와 댓글이 어떻게 법정까지 이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사실들이 밝혀졌는지 살펴보시죠. (1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1. 26. 선고, 2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6. 13. 선고)

사건의 시작: "D 아시는 분 계세요?"
모든 것은 2021년 8월, 네이버 카페 'E'에 올라온 한 개의 글에서 시작됩니다. 피고 C는 자신이 이용하려는 학원 'D'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찾으며 "해볼까 하는데 경험자분들의 얘기가 궁금해서요. 정보가 너무 없네요"라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그 글을 올린 날, C는 D의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했고, 8월부터 10월까지 약 3개월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카카오톡으로 학습 코칭도 받았습니다. 평범했던 이 글이 7개월 뒤, 폭풍을 몰고 옵니다.
한 줄의 댓글: "돈 아까웠습니다."
2022년 3월경, 익명의 사용자(닉네임: F)가 C의 2021년 글에 "혹시 D 해보셨나요?"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C는 "넵 했었어요!"라고 답했고, 익명의 사용자는 수업 방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여기에 피고 C는 딱 한 마디를 남깁니다. "돈 아까웠습니다."
원고들(학원 운영자 A와 B)은 이 댓글을 발견하고 익명의 사용자에게 글을 내리라고 요구했고, 댓글은 곧바로 삭제되었습니다 (C의 댓글도 자동 삭제됨). 하지만 이 짧은 댓글은 C의 진심이었던 것으로 법원에서 인정받았습니다. C는 한 달 수강료 30만 원을 내고 온라인 강의를 4개월 정도 수강했는데, "문제풀이식 동영상만 보여주어 혼자 공부하는 것과 차이가 없었고 질의응답과 일대일 멘토링이 진행된 바 없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온라인 비판의 경계: 주관적 경험은 보호받는가?
6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14일, 피고 C는 다시 한번 똑같은 내용의 글을 'E' 카페에 게시했습니다 : "D 아시는 분 계세요? 해볼까 하는데 경험자분들의 얘기가 궁금해서요. 정보가 너무 없네요".
이번에도 학원 측인 원고들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9월 15일, 원고들은 C에게 네이버 쪽지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또 글을 올렸네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숨어서 하는 이런 비열한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죠? 간이 크군요."
"이전 글에 대해, 현재 경찰 사이버수사대와 우리 변호사가 상의하고 있습니다. 민형사 같이 진행 중입니다. 변호사에게 보내기 위해 화면은 캡처해두었습니다. 어서 글을 내리세요."
이어서 "경찰서에 변호사와 같이 가서 고발인 진술도 마쳤어요. G는 가중 처벌될 수 있어요. 학원에 와서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라는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이러한 강경한 대응에, 피고 C는 게시글에 잇따라 댓글을 달아 맞섰습니다 :
2022. 9. 29. : "차단했으니 고소한다고 뭐라하지 마시고 할말있으면 댓글로^^"
2022. 10. 27. : "댓글 다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학원 측에서 고소협박합니다"
강경 대응이 낳은 결과: 법정까지 이어진 댓글 드라마
결국 원고들은 "피고의 댓글 때문에 D 매출이 급감했다"며 손해배상과 위자료로 총 1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2심에서 청구금액을 4,500만 원으로 감축). 법원은 긴 법정 공방 끝에 모두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1) "돈 아까웠습니다." 댓글 (2022. 3. 25.자)
법원은 이 댓글에 대해, 피고 C가 실제로 수강한 경험을 바탕으로 D 강의에 "만족스럽지 못하였다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이므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2차 게시글과 "고소협박" 댓글 (2022. 9.~10.자)
법원은 9월 29일과 10월 27일의 댓글은 "원고들의 위와 같은 메시지(고소 협박)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C가 2022. 9. 14. 작성한 글과 이후의 댓글들만으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영업을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피고를 고소했으나 2023년 6월 21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무혐의처분을 받았고, 항고와 재정신청 모두 기각된 사실도 근거로 추가되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 (FAQ)
Q1. 모든 부정적인 온라인 후기는 합법적인가요?
아닙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의견'(가치판단)은 보호받지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허위 사실'이나 '비방 목적의 사실 적시'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또는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Q2. 이 사건에서 '돈 아까웠다'는 댓글은 왜 문제가 안 되었나요?
법원은 피고가 실제로 수강료를 내고 강의를 들은 경험(사실)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평가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강의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의견 표현은 비록 부정적일지라도 위법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Q3. 학원의 '고소하겠다'는 메시지는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법원은 피고의 후속 댓글("고소 협박합니다")을 학원 측의 강경한 메시지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오히려 학원 측의 조치가 피고의 비판적 의견 표명에 대한 정당성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온라인상에서의 비방과 후기 전쟁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지만, 그 경계는 여전히 모호하여 일반인이 혼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영업자(학원, 사업체 등)라면, 소비자의 정당한 의견까지 과도하게 법적 대응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허위 사실' 또는 '업무 방해'에 해당하는지 법률 전문가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소비자(수강생, 이용자 등)라면, 후기를 남길 때 객관적인 사실과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여 작성해야 법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인 비난보다는 경험에 근거한 비판을 담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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