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5659 판결 분석

판결의 의의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2026년 2월 13일, 회사가 경영성과급 지급요건으로 '1년 중 225일(12개월 기준 11개월) 이상 근무'를 요구하면서 개인 유급휴가와 출산휴가만 근무일로 산입하고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은 근무일에서 제외함으로써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5호 불이익 취급)에 해당한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유지했습니다. 삼성·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OPI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경영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므로 회사 재량'이라는 사용자 측 논리에 단체법적 한계를 설정한 판결로 주목할 만합니다.
사실관계 및 세 가지 쟁점
원고는 수입 양주 도매업을 영위하는 상시 약 160명 규모의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은 약 38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입니다. 양측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만료된 2017년 6월 30일부터 변론종결일까지 8년 이상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민사가처분·형사고소·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반복해 왔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다음 세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습니다.
- 제1행위: 2023년 11월 13일부터 노조가 설치한 임시 텐트 옆에 보안요원을 상주시킨 행위(지배·개입)
- 제2행위: 2023년 9월 13일 대표이사가 임직원 행사에서 "쟁의행위 기간을 포함한 여타의 이유로 11개월간 만근하지 않으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행위(지배·개입)
- 제3행위: 2023년 11월 24일 노조 조합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불이익 취급)
서울행정법원은 이 중 제1행위와 제2행위에 관한 부분은 재심판정을 취소하고, 제3행위 부분만 유지했습니다.
제1행위·제2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원고 일부 승)
제1행위(보안요원 상주)에 관해 법원은 ① C 취재진의 무단 사업장 출입과 노조의 사업장 일부 점거 쟁의행위 등으로 외부인 출입통제 필요성이 있었던 점, ② 텐트 옆이 출입 현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였고 반대편 출입구에는 보안요원을 배치할 공간이 없었던 점, ③ 종래 회의실에 보안요원을 배치했으나 2023년 9월 19일 노사협의회에서 회의실 부족을 이유로 이동배치를 요청받은 점 등을 종합해,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범위 내 행위로서 정당한 조합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2행위(대표이사 발언)에 관해서는 발언 내용 자체에 대한 증거조사 결과, 대표이사가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에 관한 원론적 답변을 한 사실은 있으나 "쟁의행위 기간을 포함하여 11개월간 만근하지 않으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발언했거나 암시한 사실은 없다고 인정해 부당노동행위 의사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제3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원고 패) — 본 판결의 핵심
법원은 ① 회사의 경영성과급 지급요건과 ② 부당노동행위 의사 인정 근거를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회사의 경영성과급(SRI) 지급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3회계연도에 근무일 기준 225일 이상(12개월 기준 11개월. 주말·법정공휴일·회사 공휴일 제외) 근무한 직원 개인 유급휴가와 출산휴가는 근무일로 산입, 장기휴가는 근무일 산정에서 제외 지급 시점 재직 중인 직원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거의 전원 경영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1인당 지급액은 760만 원으로 적지 않았고, 미지급 충격으로 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도 발생했습니다.
핵심 법리 — 두 갈래의 판단 구조
법원이 적용한 법리는 두 단계로 정리됩니다.
(1) 쟁의행위 기간의 결근 산정 금지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4629 판결)
"근로자가 정당한 쟁의행위를 하여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 쟁의행위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보장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이고 그 권리행사에 의하여 쟁의행위 등 기간 동안 근로관계가 정지됨으로써 근로자는 근로의무가 없으며, 쟁의행위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법률상 금지되어 있으므로, 근로자가 쟁의행위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근로자가 결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 영업의 자유와 근로3권의 충돌 시 이익형량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62549 판결 취지)
"경영성과급 지급기준 설정을 둘러싸고 (영업의 자유와 근로3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 이익형량과 함께 기본권들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
부당노동행위 의사 인정의 네 가지 근거
법원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회사의 결과 인지. 회사는 2023년 11월경 경영성과급 결정 과정에서 쟁의행위 기간을 근무일에 산입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 대부분이 받지 못할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완화 방법의 미선택. 쟁의행위 기간을 근무일에 산입하되 미근무 일수에 비례해 삭감하는 방식 등 완화 방법이 있었음에도 회사는 '전부 배제'를 택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경영성과급의 성질이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지급요건이 부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는바, … 비례적으로 경영성과급을 삭감하는 등의 방법이 있음에도 근무일수 요건을 만근에 가깝게 정하면서 동시에 쟁의행위 기간을 근무일수에 산입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쟁의행위 참가자들이 경영성과급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당한 재량권 행사라고 할 수 없다."
이 판시는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다 → 재량이다 → 어떻게 정하든 자유다'라는 사용자 측 3단 논법에 단체법적 한계를 설정한 부분입니다. 평균임금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예: 한화오션·현대해상 사건 등에서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을 부정한 흐름)와는 별도의 트랙임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셋째, 결과의 차별성.
"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결과 경영성과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대부분 쟁의행위에 참여한 참가인 조합원들이라는 점에서,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
형식적으로 중립적인 기준이라도 적용 결과가 노조원에게 집중되는 차별적 효과가 인정되면 불이익 취급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넷째, "쟁의행위 전 마련된 기준"이라는 항변의 배척.
회사는 이 근무요건이 쟁의행위 이전인 2022년 4월 1일에 마련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① 8년 이상 단체협약 미체결의 갈등 상황, ② 직전 회계연도(2020. 7. ~ 2021. 6.)에도 평균 12.8일의 쟁의행위가 있었던 점, ③ 2023회계연도 지급기준을 공지한 2022년 12월 23일경 이미 쟁의행위가 24일간 진행되고 있었던 점, ④ 회사가 쟁의행위 참가로 인한 근무일수 부족을 이유로 경영성과급을 미지급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고 노조가 이를 동의·용인한 자료가 없는 점을 들어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실무 시사점
본 판결은 다음 세 가지 실무 좌표를 제시합니다.
첫째,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과 부당노동행위 통제는 별개 트랙입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 흐름이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산정의 평균임금에서 배제하는 방향이라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사용자의 무제한 재량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그 지급요건이 부당·비합리적이고 노조 차별적 효과를 낳으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합니다.
둘째, 형식적 중립성보다 실질적 차별효과가 핵심입니다.
'근무일수'라는 외관상 중립적 기준이라도 적용 결과 쟁의행위 참가자에게 집중적으로 불이익이 발생하고, 회사가 그 결과를 인지하면서도 비례 삭감 같은 완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면 불이익 취급 인정이 가능합니다.
셋째, "쟁의행위 전 마련된 기준" 항변의 한계.
단체교섭 결렬이 장기화되고 쟁의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회계연도 지급기준을 공지하는 경우, 그 기준이 표면적으로 쟁의행위 이전에 도입되었더라도 부당노동행위 의사 추단을 회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노조의 동의·용인 자료가 없는 사안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본 판결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경영성과급 산정 방식 논쟁이 격화되는 현 시점에서, 사용자가 의지해 온 '경영성과급 = 경영사항 = 무제한 재량' 도식의 단체법적 한계를 명시한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의 중요한 참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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