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만큼 알게되는 스토리 판례

노동법 스토리판례

폐과 상황에서의 재임용 심사 기준, 어디까지 허용되나

변호사만큼 알게되는 스토리 판례 2026. 4. 7. 13:45

대학 사회에서 '재임용'은 교원의 생존권과 직결된 엄중한 절차입니다. 보통은 연구 실적이나 강의 점수가 당락을 결정하지만, 이번 판결은 '평가할 대상(학생) 자체가 사라진 특수한 상황'에서 대학이 던진 질문과 법원의 대답을 담고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4227 판결)

 

 

 

1. 사실관계: "가르칠 학생이 없는데, 교육 실적을 내라?“

 

B 교수는 A 대학교 C과의 교육전담교원이었습니다. 문제는 학교 측이 학과 폐지를 결정하며 시작됩니다. 2018년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지되었고, B 교수가 속한 C과에는 재적 학생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돌아온 재임용 심사 날, 학교는 B 교수에게 '업적평가 환산점수 0점'을 통보합니다. 기준 점수인 60점에 미달했으니 짐을 싸라는 통보였습니다.

 

2. 법정 공방: "기준의 오류인가, 인사권의 재량인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하자, 대학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두 가지 핵심 쟁점을 두고 법원과 대치했습니다.

 

쟁점 1. 소청심사위원회의 '월권' 여부 (절차적 하자)

 

대학의 주장: "교원소청에 관한 규정 제12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소청인이 주장한 사실 범위 내에서만 심사해야 한다. 그런데 위원회는 B 교수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유까지 들춰내어 우리 처분을 취소했으니 절차적 하자가 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규정의 '보호적 취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 규정은 위원회가 새로운 징계 사유를 찾아내어 교원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지, 교원을 구제하기 위해 직권으로 심리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행정심판의 성격을 가진 소청 절차에서 위원회의 적극적인 심리 권한을 인정한 셈입니다.

 

쟁점 2. '학생 없는 교수'에게 적용된 잣대의 합리성 (실체적 하자)

 

대학의 주장: "인사 평가는 대학의 고유한 권한이며, 기준이 다소 미비하더라도 그 점수가 탈락 기준인 60점에 미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대학이 제시한 점수표의 '구조적 모순'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불가능한 점수: '진단평가 학과 참여율'이나 '학생 지도 실적' 등은 소속 학과 학생이 있어야만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없어 점수를 딸 방법이 원천 봉쇄된 교수에게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자의적인 정성평가: 일반영역 평가 항목 중 '동료 교원과의 협력' 등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습니다. 특히 평가자가 '잘 모르겠다'고 표시하면 기계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게 설계된 시스템은 객관성을 잃었다고 보았습니다.

 

단순 수치 오류: 연구 실적 평가에서 학교 측의 오기(誤記)로 인해 B 교수가 마땅히 받아야 할 15점 대신 8점만 반영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3. 판결의 결론: "재량은 합리성 안에서만 존재한다"

 

법원은 결국 대학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학이 가진 임용권의 재량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심사 기준이 내용과 방법에 있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특히 폐과와 같은 대학 내부의 사정으로 인해 교원이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지표를 들이밀고 '점수 미달'을 논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것이 법원의 시각입니다.

 

💡 자주 하는 질문 (FAQ)

 

Q1.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소청인이 주장하지 않은 내용도 심사할 수 있나요?

 

A1. 네,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교원소청에 관한 규정」 제12조는 소청 원인이 된 사실 외에는 심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위원회가 새로운 사유를 들고 나와 교원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 규정입니다. 법원은 소청 절차가 행정심판과 유사하므로, 교원을 구제하기 위해 위원회가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거나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실을 심리하는 것은 절차적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Q2. 학과가 폐과되어 학생이 없는데, 기존 평가 기준을 그대로 적용받아 탈락했다면 위법인가요?

 

A2. 위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재임용 심사 기준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소속 학과 학생이 없는 교원에게 '학과 참여율'이나 '학생 지도 실적' 등 실질적으로 점수 취득이 불가능한 기준을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았습니다. 대학은 폐과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교원에게는 그에 맞는 공정한 평가 잣대를 별도로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Q3. 정성평가 점수가 낮아 재임용에서 탈락했는데, 이를 뒤집을 수 있을까요?

 

A3. 평가 기준의 '구체성'과 '예측 가능성'이 관건입니다. 단순히 6단계 척도(매우 그렇다 ~ 전혀 그렇지 않다)만 있고 구체적인 세부 기준이 없다면, 이는 평가자의 주관과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커 위법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잘 모르겠다'는 평가에 일률적으로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 등은 객관적인 사유에 근거한 심사로 볼 수 없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노동 임변의 분석

 

이번 판례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적극적인 심리 범위를 긍정했다는 점, 그리고 학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외된 교원의 업적평가가 '기계적 형평성'이 아닌 '실질적 공정성'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합니다.

 

대학 인사 행정에서 '기준'이라는 형식을 갖췄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교원에게 불가능한 임무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법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례였습니다.

전화: 010 275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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